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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이 되어라..

집에 오는길.. A를 만났습니다. 정말 오랜만이었지만, 별반 새로울 것도 없는 녀석이라.. 여느때 처럼 똑같은 술집에 앉아, 500 둘에 소주 하나.. 소주를 안주 삼아 맥주를 홀짝 거렸더랬습니다. 마침 마지막 남은 노가리의 대가리를 떼어 내며.. 성진은 자연스레 한숨을 푹 쉬었습니다. "가을 타나 봐" 의 "가" 자쯤을 꺼내려 하고 있을 때 였습니다. 눈치 빠른 녀석은 "ㅇ"즈음이 나오려 할때쯤 듣기 싫타는 듯, 탁 말을 막더니..

"꺼져 병신아, 지X 말고...말줄임... X새꺄...말줄임...미쳤냐?...말줄임...인생 한번...말줄임.. 야이 새꺄. 세상 니한테 관심도 없어...말줄임...뭘 그리 남 신경...말줄임...니 X리는데로...말줄임...살아...말줄임...병.신.새.꺄...말줄임..너 원래 병신...말줄임...옛날에 너 병신...말줄임...앞으로도 너 병신...말줄임...그냥 병신이 되면 돼...말줄임...병신 처럼 살아." 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아아!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습니다! 그런 상태로 한동안 멍해져 있었습니다. 그냥 갑자기 먹은 술이 확 올라 왔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랬습니다. 무엇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제대로 들을 수 있던 건 익숙한 육두문자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A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자기 신세 한탄을 늘어 놓고 있었습니다. 들리지 않았습니다. 사실 A가 나보다 더 병신 이었으니까요.

깨어나 보니 혼자 끄윽끄윽 쳐 웃으며 골목 어귀를 돌고 있었습니다. 꿈이 현실적인 괴로움이 있는 세계인지 참된 진리가 있는 이상의 세계인지.. 성진은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인생은 한 순간의 꿈과 같은 것입니다. 눈앞에 꿈이 펼쳐진듯 현실이 아니고 눈앞에 현실이 펼쳐진 듯 실상은 꿈인 것입니다. 그런고로 무릇 이 세상 모든것에 집착하지 않는 마음으로 여여하게 흐르는 물처럼 꿈인듯 꿈이 아닌 듯...

본래의 성진(性眞)으로 돌아와 전죄를 뉘우치고 육관 대사의 가르침을 받고 있는데, 팔 선녀가 찾아와 대사의 가르침을 구했습니다. 이에 대사가 설법을 베푸니, 성진과 팔 선녀는 본성을 깨우치고 적멸의 대도(大道)를 얻어 성진과 함께 극락 세계로 돌아갔습니다.

아니요. 성진(成鎭)은 극락 세계로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냥 양소遊로 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내일부터 성진은 병신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돌고 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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