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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하드 하나 샀습니다.

공돈이 좀 생겼거든요...

물론 새 것으로 200기가쯤 되는 하드를 사고도 남을 만큼의 충분한 공돈이었지만..
그냥 중고 80기가 하나 샀어요. 중고로 사면 안되는 것 중에 하나가 하드디스크라고 하던데... 이것저것 모르는 바도 아니지만 그냥 중고로 하나 샀습니다. 이런 오래된 컴퓨터에는 오래된 녀석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모기발에 부츠, 돼지목에 금목걸이 정도?)

컴퓨터는 어느덧 점점 낡아서, 최신 게임도 최신 소프트웨어도 이미, 벌써, 버거워 하기 시작한지 오래지만, 어찌된 일인지 저장 공간은 항상 부족하기만 합니다. 항상 부족한 것을 알면서도 80기가짜리를 산것은 잘한 것일까요? 잘못한 것일까요? 어쩌면 딱히 필요도 없는데, 다분히 충동적이었습니다. 오는 길이 용산을 멀리 돌아오는 길이었다면 그냥 빈 손으로 왔을거에요..

아무튼 선인상가 구석쯤에 있는 중고만 파는데서 삼만오천원 주고 샀습니다. 브랜드고 뭐고 무상 A/S 남아 있는 80기가 하드는 모든(?)집에서 35000원이래요. A/S가 남지 않았으면 삼만원. (새것과 비교해도 고작 만원 차이지만, 새것을 사만오천원이나 주고 사기에는 만원이 아깝단 생각에.. 만원만 더 얹으면 120기가도 사겠다. 그리고 또 만원 얹으면 200기가도 사겠네? 흠... 이럴때엔 비용편익분석을 제대로 배워 둘걸 그랬습니다.) 제일 물량 많은 것은 샘숭.. 맥스터는 싫고.. 뒤적 뒤적 거리다가.. 2005년 8월 씨게이트가 있길레 별 생각 없이 주워왔습니다. 몰랐는데 씨게이트는 무상 A/S가 3년이래요..

중고 가게에서 뭔가를 사면 재밌습니다. 파는 사람들이 괜히 더 착해 보이기도 하고... 1주일 안에 고장나면 무조건 바꿔준다는 아저씨의 눈매도 서글서글하고... 용팔이 형들과의 피할수 없는, "가격 흥정, 날 바가지 씌울순 없을걸? 따위의 신경 곤두 세우기"도 하지 않아도 되고.. 전에 중고 파워도 이 근처에서 사 왔었는데. 이만원짜리 '전 새것이지만 중국에서 왔어요' 보다는 오래 가는것 같아요.

그것 조금 더 걸었다고.. 피곤해진 몸을 간신히 이끌고 집에 왔습니다.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가, 먼지가 수북한 고물컴의 뚜껑의 따고, 지금 달려 있는 동급의 하드디스크의 점퍼를 조절하면서 보니, 달려 있던 녀석은 2005년 5월생...;; (그래도 이건 작년에 새 것으로 사온건데.. 이제 새로 사온 중고가 더 새것이구나....;;;) 결국 중고의 기준은 생각하기 나름이군요  :)

다행스럽게도 고주파음은 없는 것 같습니다. A/S 따위는 처음부터 고려대상도 아니었고... 고려했던 것은 고주파음뿐... 웬디가 더 시끄러운지 씨게이트가 더 시끄러운지 비교나 해 볼까요? :P 아무래도 이 따위의 비교는 도토리 키재기..

꽉꽉 차 있던 것들을 새(?) 것으로 덜어내고 나니..

묵은 변을 봤을때의 평온함이 찾아 오는군요... :)